/ 1 7 0 0 0 0 / 평일 관람권 / 을지로, 을지로, 을지로를 가다.
약속이 잡히면 그 시간까지 장소에 도착하곤 하지만
사실 나는 미리 도착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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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러면 조금 진이 빠질 때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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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안 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에는 집에 있을 거야.
매년 여름에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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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호텔 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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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 을지로니까 을지로 근처에서 저녁까지 시간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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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호텔 K
방이 예쁘다.
사진을 보다가 사실 욕실이 너무 탐이 났다.
성냥이 조그맣고 귀여워,
피서엔 물놀이니까 나도 물놀이를 하기로 했다.
아주 사소한 물놀이다.
나는 집에서도 가끔 물놀이를 하곤 한다.
담배를 찍는 것은 순간 그 장면이 너무 예뻐서
매주 꼬박 꼬박 챙겨보는 신서유기
힘이 빠지지 않는 물놀이가 나는 즐겁다.
밖은 생각보다 많이 더웠고 그럼에도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한참 더울 때라 땀을 주룩 주룩 흘렸지만 나는 짜증을 내면서도 즐거워서 하하 웃고 있었다.
커피는 그냥 그랬고 케이크도 너무 달아서
보기에만 참 예뻤지만
그런데 나는 그냥 앉아서 좋았고 그걸로 충분히 만족했다.
신도시!
나는 했던 것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말을 쓰는 것은 좋아한다.
것이라는 말이 왜 좋은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꼭 다른 세계에 온 듯이
다른 사람들과
아니 사실은 같은 사람들과 다른 세계로
우리는 어제와 내일이 다름으로 매일이 뒤바뀌고 있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알아보곤 한다.
사소하지 않은 풍경을 보았다 손이 참 많이 갔겠어요 이건 어디서 났나요
저건 어디서 샀나요 이 테이블 참 신기하게 생겼네요 나 저기 앉아보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입술
해가 바뀌면 바뀔 수록 할 수 있는 것의 범위가 늘어난다.
나이의 문제일까?
작년에는 혼자서 양산을 썼다.
이번년도에는 나시를 입었다.
몰랐지, 이 때는 가까운 시기에 이 곳을 다시 찾게 될 지.
와 괜찮네.
하고 나왔는데 사실은 아주 마음에 들었었나봐,
이런 새침떼기 같으니라고.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이라서 그런 것을 어떻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