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cket to the THAT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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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eong_il 2017. 8. 12. 13:58

 

약속이 생겼는데, 장소를 어디로 할까, 나는 을지로가 좋을 거라고 말했다.

 

우리는 꽤 막역한 사이이기 때문에

 

우기다싶이 하여 을지로를 가기로 했다.

 

-

 

전에 나는 더웠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것은 잊었고

 

아주 기분 좋은 것들만 남았거든.

 

 

 

 

그 때 갔던 호텔 K에 다시 가기로 했다.

 

이번엔 막역한 사이와 함께 가는 걸로, 더우니까 밖에 있지 말자.

 

-

 

혼자 왔을 때, 나는 바닐라 라테를 너무 마시고 싶었다.

 

봐 뒀던 곳이 아니고 다른 곳에서 샷 추가 시럽 추가 얼음 없이를 외치며 두 잔을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내내 마셨는데.

 

전에 봐 뒀던 곳을 이번에야 가게 되었어.

 

그냥 그랬다.

 

 

 

 

 

 

아주 작은 시잡 두 권을 가지고 다니는데

 

다 읽지도 앉았다.

 

심심할 때 랜덤으로 펼치면

 

가끔 마음에 쏙 드는 구절을 보는 것이 좋아서.

 

 

 

 

이런 식이다.

 

 

 

 

한강을 언제 왔었더라, 무지개 빛이 반사되던 그 계절에 어떤 옷을 입고 있었더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서럽다.

 

그 땐 분명 나무가 이렇게 녹음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

 

봄이었나, 아니면 조금 더 전, 겨울 까지는 아니고.

 

 

 

 

이렇게 도시는 각이 졌다.

 

 

 

 

아,

 

그 말을 전에 하지 않았다.

 

전에 가려고 했던 곳은 원래 <물결>

 

닫아서 간 곳이 <분카샤>

 

오늘은 드디어 갈 수 있게 되었다.

 

물결.

 

이상한 곳에 있다. 을지로에 있는 것들은 모두 그렇다.

 

-

 

뜬다, 하는 동네들은 처음에 다 이런 데 이런 게 있어 하는 생각이 드는데

 

연남동도 그랬고 익선동도 그랬었다.

 

그렇지만 그런 곳은 나름대로 상식적이었던 거지,

 

을지로는 너무 다르다.

 

비슷한 곳이 한 군데 있다.

 

남영역 근처에.

 

그 쪽도 참 그렇다, 동네도 좁고 인쇄소 많은데 사이 사이 참 꽉 찬 가게들이

 

그러고보니 을지로도 인쇄소가 많은데

 

인쇄소에 그런 힘이 있는 걸까?

 

 

 

 

생각보다 아담하고

 

우리는 너무 낮에 찾아온 것도 같고

 

우리는 첫손님이고

 

월요일인데도 금새 사람이 차고

 

 

 

 

 

 

 

 

 

하얗고 빨갛고 검은 선

 

 

 

 

 

 

 

어디든 그렇지만

 

 

 

 

집에 왔는데

 

저 식물 쪼가리가 집에 있었다.

 

 

 

 

 

이런거 한 장 찍으려고 간다 내가, 이런 곳을

 

예쁘잖아 기분도 좋고 새로움을 만끽하며 이왕 쓸 돈이면 조금 더 괜찮은 곳을 나는 찾을 거야!

 

 

 

 

 

내가 찍었지만 참 예뻐 색이, 색이 너무 예뻐

 

 

 

 

 

전에는 생각도 안했던 나시와 반바지 당당하게 입기

 

이런게 왜 어려운지

 

너무 쉬운 게 너무 어려워

 

 

 

 

 

 

웃는 얼굴을 보면은 나는 행복해지는데 그 순간을 담으면 더욱 행복해지고

 

다시 보면 또 행복해지고 순간 나는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아 사르르 눈이 접히고

 

자꾸 자꾸 웃어 줬으면 하고 바라고 이미 조금 충분한 것 같기도 하고

 

 

 

 

이곳에서야 말하지만 우리 참 이상한 조합이다

 

사실은 몇 년 전에는 당연한 조합이었다

 

당연한 것이 이상해지기도 하는데,

 

이상한 것이 당연해지기도 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건 참 힘들다.

 

나는 전에는 이런 것에 매우 민감했고 혹은 껄끄러워했으나

 

지금은

 

좋기도 해.

 

 

 

 

 

 

전에 왔을 땐 너무 더워서 옥상에 있는 건 생각도 못했다.

 

담배 필 때나 와서 앉아 있었어.

 

과하게 눈이 부시지 않는 엘이디 폭포 앞

 

진짜 물이었다면 어쩌면 흥미가 떨어졌을 것 같은데

 

 

 

 

 

너무 배가 불렀어 그래서 나는 쥬스를 마셨다.

 

전에 나는 절대 오렌지 쥬스를 마시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이상하게 오렌지 쥬스가 좋아졌다.

 

 

 

 

 

 

그 이상한 장소에

 

여기 같이 있게 될 줄 상상도 못했던 사람들과

 

앉아서

 

 

 

 

 

이런 빛은 나는 밤이라서

 

 

 

-

 

하고 싶은 말이 몇 가지 있으니까 해 볼까 한다.

 

 

 

-

 

 

그 날의 을지로에서 우리는 마지막 차로 맥주 집을 갔다.

 

이름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수표교>

 

기본 안주로 나왔던 체리가 맛있었고, 사장님의 자부심이 꽤 괜찮았던

 

 

-

 

이번엔 그 곳을 2차에 가기로 했어.

 

갔더니 글쎄

 

사람이 너무 많은 거야.

 

그 때는 한 팀인가 두 팀 뿐이 없었잖아, 사실 그래서 사장님의 그 자부심이 조금 믿기지 않았었거든.

 

 

-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월요일 여덟시에 술을 마신다니

 

놀랍고

 

-아 생각을 해보니 선릉역에서 회사를 다녔을 때 나 역시 여섯시부터 열두시까지 술을 마셨다.-

 

우리는 감을 시키면 수박이 나온다는 소리를 들었고

 

수박이 먹고 싶어서

 

감 값을 내고 수박만 달라고 했고

 

수박은 엄청 달았다.

 

-

 

후라이드 뼈 있는 거 최고야.

 

치킨이 맛있는 편, 가격은 매우 저렴한 편.

 

-

 

내가 쓰고 싶었던 건 수표교에 관한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