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 Mind If I Look At You

평일의 언어 0017

Pyeong_il 2017. 8. 12. 15:57

 

 

여름

   밤

 

 

 

 

이른 밤이야, 너는 나를 좋아하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어쩌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어. 슬퍼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거든, 그건 너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바람이 부니까 자꾸 시원하니까 열기로 뭉쳐있던 몸 구석구석에 구멍이 나는 것 같은데 좋은 징조가 아닌 것 같아서 걱정이야. 끝나면, 여름이 끝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런 기대가 무참히 짓밟혀 버릴까봐 그래, 너는 그런 소리를 말라고 했어. 네가 내 옆구리 한 구석에서 나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어. 흐리게 풍기던 살결의 냄새가 짙어졌지만 냄새는 구멍 난 곳을 메우진 못했어, 거짓말을 했어, 나는 조금 괜찮아 졌어. 다행인 것은 너도 거짓말을 했다는 거야. 거짓말은 생각보다 꽤 달콤해서 우리는 잠시 거짓으로 사랑을 말하기로 해. 어떠한 계기도 없이 시작하는 거야. 장난처럼, 바람에 훅 꺼져버리는 작은 촛불처럼.

 

 

출렁대는 물결의 모양새가 꼭 너의 손 같아서 살랑 살랑 스쳐보면 그것은 더욱 더 흩어져버리고 말았어. 당연한 것을 나는 겪어보아야만 아는 사람이야. 너는 그런 나를 좋아하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이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었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에 대한 확신은 곧 마음의 안정이라고 나는 생각했고 너는 꽤 안정되어있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어. 그러니 등을 돌리고 앉아도 괜찮다고도 했어. 나는 어디를 가도 불안정하다고 네게 말했어, 물에서 흔적도 없이 녹아버리는 눈송이처럼 끝없이 내려도 끝없이 녹아버린다고, 언젠가 눈이 그치면 다시는 볼 수도 없다고, 녹아서 형체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에 확인할 길이 없다고도 했어. 너는 거짓말을 했어. 나는 괜찮아. 나도 거짓말을 하기로 했어, 너까지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 거짓말은 생각보다 꽤 달콤해서 우리는 잠시 거짓으로 사랑을 말하기로 해. 어떠한 계기도 없이 시작하는 거야. 장난처럼, 바람에 훅 꺼져버리는 작은 촛불처럼.

 

 

진실과 거짓은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입술이 오르락내리락 거릴 때 마다 되풀이 되고, 메워지지 못한 구멍에는 자꾸 음악이 흐르고, 흔적이 없어 볼 수 없는 눈송이가 녹은 강이 흐르고, 나의 상태는 여전히 불안하고, 너는 여전히 괜찮다고 말하고.

 

 

좋아해.

 

 

나는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말을 뱉었다.

나는 단 한 번도 진실 된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