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7 0 9 2 0 / 평일 관람권 / 여름이 슬쩍 지났다, 전시회를 가다. -1
가을이 되기를 벼르고 있었다.
여름에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전시를 가기 위해서였다.
나는 여름 내내
한 번 쯤 시도 해 볼까 하다가도
그 온도에 질려 움직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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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약 열 곳 정도,
그러나 튀는 전시가 없이 다 작은 전시들이었다.
순서도 없이, 적어보겠다.
원앤제이 갤러리의 미스트 오브 프로스트.
다른 사진들은 유난히 을씨년 스러운 데가 있었다만
나는 이 사진이 왜 따듯하게 다가온 지 모르겠다.
건조하고, 따듯한, 그래서 이상한 사진.
예쁜 공간이었다.
빛이 들어서.
온통 빨간 내부에, 하나 있는 유리창, 그 곳을 통해 보니 공중에 뜬 것 처럼 보였다.
갤러리 조선의
발생하는 풍경.
아파트를 나타낸 작품이었는데, 오른쪽과 왼 쪽에서 본 풍경이 달라 독특하고 재미있는 전시였다.
창 밖으로 본 풍경은
디디고 있는 땅 마저 땅이 아닌 것처럼 만든다.
폴 맥카시 개인전.
조각들이 매우 현실적이었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덜 기괴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갤러리 시몬,
눕는 행동과 죽음의 관계에 대하여 고찰하였다고 말한다.
다시 한 번 꼭 가고 싶었던 보안 책방,
보안 여관의 첫 전시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던 터라 보안 책방을 둘러 볼 정신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대충 보고 나갔던 곳.
아니, 이렇게 오기 힘든 곳에 이렇게 독특한 책방이?
를 찾는다면 가보시오.
식사 전 디저트 타임!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가려던 곳이 마침 브레이크 타임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티타임을 가졌다.
심지어는 6시 까지라 하여-.
날이 선명했다.
선명했다는 말이 어울리는 날이었다.
해가 정직하게 뜬 날은 이렇게 그림자를 마주할 수 있다.
블랙 블랙에 맛들렸는데,
그 이유가 빨간 가방 때문.
나는 사실 검은 옷이 안 어울린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에 즐겨 입는 편이 아니었다!
마음에 들었던
미용실!
친구에게
"떠올릴 수 있는 6-90년대의 풍경들 중 현대인들이 빈티지하다고 할 만한 풍경."
이라 말하자
곧바로 수긍하였다.
기다리고 기다려서 입성한 디미.
생면 파스타로 유명한 집이다.
면이 8mm로 매우 굵어서 양이 적어보인다.
처음에 나왔을 때는 이게 배가 찰까 했던 것이
너무 배가 불러서 이럴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주문한 것은 바질과 모짜렐라가 들어간 토마토 소스 파스타였는데
간만에 신선한 바질을 먹으니
정말로 기분이 좋았다.
창문은 열려있고
바람은 들어왔으니.
식사까지 마쳤다면
사실 오늘의 일정 자체는 거의 끝이다.
사진이 날아가는 바람에
많이 생략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