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7 0 9 2 5 / 평일 관람권 / 별의별, 단체상담, 평화로운 하나의 가을 날.
글을 쓰려고 만난 사람들과 만났다.
이 날 일정이란
1. 공금 쓰기
2. 단체 상담
3. 사진 찍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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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을날 이었다.
같은 컨셉으로 사진을 찍는다.
이 날의 블라우스는
은비 언니가 내게 선물해 준 블라우스다.
나는 절대 사지 않을 법한 블라우스.
요즘 권 씨와 자주 만난다.
어쩌다 발견한 오래 된 빌라는
예전에 명소였던 옛날 빌라를 떠올리게 했다.
그 곳은 있는 집과 없는 집이 섞여 있어
어느 집은 속을 다 허물어 버려 들어갈 수 있었고
어느 집은 그럼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
독특한 곳이었는데.
마치 이 곳처럼,
망가진 것들이 제멋대로 널부러져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찍어도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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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제대로 달려 있었다면 평범했을 저 문짝과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면 평범했을 서랍 같은 것이
아무렇게나 아무렇게나 놓였다.
언니, 창 틀 위에 올라가 봐.
나는 무리한 요구를 자주 한다.
내 기준에서 할 수 있을 것 같은 요구들,
그러나 언니는 절대로 올라가지 못한다고 하였고
결국 내가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은비 언니는 이 날 머리카락을 잘랐다.
아주 예뻤기 때문에 사진으로 남기자고 제안했다.
언니의 얼굴은 오묘한 데가 있어서
얼굴 표면의 굴곡이라던지 저 앙칼진 듯도 한 눈과 도톰한 입술이 매력적이다.
어느 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암묵적인 약속이
아직까지 우리는 잘 지켜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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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단체로 상담도 했는데,
굉장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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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는 옷살에 가서 인도 음식을 먹었고
간만에 떠들석하다 못해 시끄러운 식사시간,
아주 즐거움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