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언어 0005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잠시 미루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글을 읽으려고
내가 좋아하는 글을 잠시 아끼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너를 보려고
내가 좋아하는 너를 만나기를 망설이지 않는 것.
좋아해서 미뤘다. 조금이라도 그 찬란한 순간이 늦게 오기를, 이미 본 후로는 마주할 수 없는 만남이 잠시라도 미뤄지기를, 나는 일상에서 바랐다.
그런데 그게 당신 앞에서는 잘 안 돼.
그 벅찬 순간이 나는 한 순간이라도 지나가버릴까. 전전긍긍 온 마음이 자꾸만 쏠려, 내 중심이 휘청이는지도 모르고.
난 그걸 모르게 되었다.
아까운 마음이 여러 갠 가봐,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이, 변한다는 게.
봄 햇살이 꽃보다도 싱그럽게 피어 꼭 그게 내 마음 같아서, 그런데 나는 사랑이 아직도 부끄러워서, 다 익은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도, 그런데도 나는 그 익은 얼굴이 더 벌겋게 되도록 당신을 만나려고 달린다.
이내 소녀 같은 마음이 촌스러울까, 걱정을 하면서도 그런 걱정을 언제 했냐는 듯이 나는 당신의 눈동자 속에서 소녀가 되는 것만 같아.
벚꽃이 흐드러진 거리 아래에서, 흔한 봄 아래에서, 이 십 여년을 지나쳤던 하늘 아래에서,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은 이유는 언젠가의 마음을 당신이 끄집어내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특별하다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러니 부디, 평생을 망설이지 말자고 나는 고백했다. 평생을 미루지 말자고, 그렇게 아끼는 것을 미루던 나는 그런 고백을 했다.
미루지 말자, 손을 잡는 것도, 포옹을 하는 것도,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것도, 미루지 말자.
단 하나도 망설이지 말고 고백하자, 그래서 우리가 끝끝내 모두 연소했을 때에도, 슬퍼할지언정 후회는 하지 않도록. 그런 사랑을 하자. 그렇게 만나자.
가볍다면 가볍게, 무겁다면 무겁게, 그런 우리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