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뛰고 싶어서
함께 걷던 b를 두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가로질렀다. 얼마 가지 못해 호흡이 거칠어졌고 곧이어 멈춰 서야만 했다. 체력이 썩 좋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b는 아랑곳하지 않고 걷던 속도 그대로 걸어 지친 내 옆으로 자리했다. b는 언제나 그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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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는 속도를 바꾸는 법이 없이 그대로, 매번 같은 걸음을 유지한다. 나는 그것이 어떨 땐 민망했고 또 어떨 땐 그만큼 안정적인 것이 다시없을 것만 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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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짙은 주황빛을 중심으로 더없이 가지런하게 바로 서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온통 낯선 글자들이 수놓아져있었다. 내
가 읽을 수 있는 것은 고작 숫자 같은, 누구나 한 번에 알아 챌 수 있을 법한 것 들 뿐이었으나 그렇다고 하여 이 길이 어색하다거나 무섭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 b와 다르게 나는 여행을 꽤 지루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을 마칠 때 즈음에는 결국 이 곳이나 저 곳이나 비슷하게 여겨지곤 했기 때문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데서 오는 낯섦 외에는 다를 것도, 다른 것도 없다고 느껴졌다.
그런 지루함이 나를 달리거나 멈추도록 만들었을까,
b는 매 순간을 같은 속도로 걷는 사람이었으나 어떤 상황도 같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우리는 영 반대편에서 살아가는 사람일 것이다.
어둑해지는 하늘을 따라 끝없는 발걸음을 옮기는 와중에도 나는 빨라지거나 느려지며 낯선 도시에 대한 권태를 이겨보려 애쓰곤 했으나 b는 그런 기색 하나 없이 처음과 중간과 끝이 다를 리 없다는 듯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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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발걸음을 붙였다 떼는 행위가 꽤 어려운 것이라 여긴다고 b에게 말 한 적이 있다, 아마도 b가 그 말에 동의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전제로 건넨 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이란 ‘나도 그래.’였기 때문에 꽤나 놀란 것 까지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곧이어 b는 같은 속도로 걷는 이유를, ‘그렇게 걷지 않으면 너무 큰 폭포 같은 게 내 몸을 덮칠 것 같아서 그래.’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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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간에 우리는 낯선 언어 사이를 걷고 뛰고 멈추었다.
마치,
함께 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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