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 la vitesse a l`ivresse

A : B : 다락에서

내가 원하는 말 그대로, 토 씨 하나 틀리면 안 돼.
 
나의 요구는 무리했으나 대신에 친절했으니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락방에서 말야,”
밖에서는 눈이 내렸는데도 단 한 송이도 눈 앞 으로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눈이 내리는지 혹은 내리지 않는지 그런 게 문득 궁금했었잖아.”
그러면 너는 밖을 나가 확인해 보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냥 앉아서 날씨를 검색해보자고 했었지.”
다행히 눈이 계속 내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실제로 지금 눈이 내리건 내리지 않건 간에 계속해서 눈이 내리겠구나, 하는 거야.”
 
대체로 그런 말은 내가 언젠가 b에게 했던 문장이곤 했다. 나의 언어를 하는 b를 보는 것은 꽤 신선한 일이 아닐 수 없었으므로 나는 그 행위를 좋아했다.
 
b는 내가 시킨 말을 모두 하고 나면 고개를 두어 번 끄덕거리고선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내가 시킨 문장들을 b는 대체로 기억하고 있었고 나는 매 번 b가 이 문장도 기억했으면, 하고 바라곤 했다.
 
그건 아주 짧고 멍청한 행위였으나 순식간에 서로를 이해하는 언어이기도 했다.
 
-
 
그 때 우리는 아마도 조금 같아지기도 했던 것 같다.
라고 오만하게도 생각 했던 적이 있다.

 

'De la vitesse a l`ivresse' 카테고리의 다른 글

A: B : 언젠가 말했던 죽음에 관하여  (0) 2017.09.23
A : B : 막을 내리며  (0) 2017.09.23
A : B : B를 위하여  (0) 2017.09.23
A : B : 여행  (0) 2017.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