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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cket to the THATDAY

/ 1 7 1 0 1 2 / 평일 관람권 / 가을로 성큼, 후암동에 홀로 서다. - 2

 

 

약속이 조금 더 미뤄졌고, 배가 고프지 않았음에도 왠지 모르게 밀려오는 허기에 밥을 먹기로 했다.

 

아까 둘러보았던 시장 근처에 뭐라도 있었던 것 같아 그 쪽으로 발을 놀렸다.

 

 

 

 

이 곳이 연남동의 동진 시장보다 훨씬 더 분위기 있지 않나 싶다.

 

 

 

 

별 다른 생각 없이, 시장 내부를 둘러보다가 어떤 문 앞에 섰다.

 

 

 

문 안쪽으로는 이렇게, 과연 들어가도 되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오픈이라고 써 있었음에도) 가파른 계단이 이어져 있었고,

 

 

 

나는 들어가는 내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마치 앨리스가 굴 속으로 떨어졌던 것 처럼, 그 곳에 빨려 들어갔다.

 

 

 

 

상반신이 계단에서 다 빠져나왔을 즈음 나는 내부를 보고서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마치 다른 세계로 온 것처럼 - 심지어는 아무도 없었다 - 오래 되었지만 낡지는 않은, 그러나 시장 속에 있으리라 생각지도 못한 공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계단은 이런 식이다.

 

 

 

 

 

 

게다가 손님이라고는 나 뿐이어서 더 새로웠는지도 모른다.

 

 

 

 

 

식탁 마저 가로로 더 긴 것이 아니라 세로로 더 길어 독특했다.

 

마치 동화 속에 끌려 온 듯했다.

 

 

 

 

 

 

앞 뒤로도 옆으로도 아무도 아무도 없고 나는 정말로 온전히 혼자만의 공간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카레 맛은 사실 얼마 전 다녀온 재주 식탁 보다는 별로였지만 그런 것은 아무런 감흥도 없었고, 그저 약간은 몽롱한 이 상황이 너무 짜릿했다.

 

 

 

 

식사를 하고 나니 문득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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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청귤 에이드를, 또 식사 전에는 오레를 한 잔 해 놓고도 카페인은 너무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오랑오랑의 옥상에서는 남산타워가 보였다. 춥지만 않았더라면 앉았을지도 모르겠다.

 

 

 

 

커피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질 않고, 솔티드 카라멜이 들어간 커피라는 것만 기억한다.

 

 

 

 

디저트가 없이도 충분히 디저트 같은 커피였다.

 

 

 

 

 

한 잔을 다 마시는 데에 소요된 시간은 기껏해야 오 분 정도 였을 것이다.

 

 

 

 

 

 

시장을 귀여워서 또 찍고.

 

 

 

 

이후 용산으로 넘어가 영화 - 당신이 필요한 순간들 - 을 보고 나오니

 

근처에 엠넷 방인지 노래방에 뭐 희한한 것들이 잔뜩 있길래 해 보기도 하고.

 

 

 

 

간신히 vr로 하는 리프팅 까지 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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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조금 무서웠던 것은, 나는 물을 무서워 하므로 리프팅 따위는 할 수가 없는 사람이며 떨어지는 것이 무서워 놀이기구도 타지 않는 사람인데도

 

vr은 진짜가 아니기 때문에 선뜻 할 수 있었던 건데, 그게 꽤 무서웠다는 것 자체가 소름이 돋았다.

 

 

 

 

엘이디 별똥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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