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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ven Weeks

샤먼과 구랑위와 나의 일주일 / 01-03 / 아마도 위로를 건네는 금요일

 

샤먼에 익숙해지기가 무섭게 이제 섬으로 들어가야 했다. 날씨는 따듯했고, 조금 더울 정도였다. 이 정도면 거의 여름이라고, 생각한 것이 무색하게 중국 사람들은 패딩 조끼라던가 코트를 입고 있었다. 정말로 모를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선착장엔 어제의 한국말을 하는 직원이 없었다. 그러나 무사히 배 티켓을 예매했고, 무사히 배를 탔고, 무사히 섬에 도착했다. 피아노의 섬에, 구랑위에. 배에서 내려 5분을 걸었는데, 나는 그 사이 이 섬이 좋아졌다. 예쁘다.

 

숙소는 약 10분 정도 걸리는 위치에 있었다. 이제 3일을 이 곳에서 지내야 해. 숙소도 너무 괜찮아서 안도할 수 있었다. 샤먼에 있는 것보다 마음이 훨씬 편했다. 이 섬엔 어떠한 이동수단도 없다 하였으니 걸어서 어디든 갈 수 있을 터였다. 지도도 샀고, 마침 데이터가 물 만난 듯 터지기 시작했고 표지판도 친절했다.

 

마음에 평화가 깃드니 허기가 몰려왔다. 선착장에서 숙소로 오는 동안 봐 둔 파란 중국 식당이 있기에 그 곳으로 향했다. 웬 삼각 만두랑 카레 행색을 한 메뉴. 그림 보고 그냥 시켜야지, 별 수가 있나. 삼각 만두인 줄 알았던 건 중국 향이 짙다 못해 뿜어내는 찐 밥이었고, 카레 행색을 한 이것은 생긴 건 정말로 카레였는데 맛은 전혀 아니었다. 다행히 요 카레처럼 생긴 게 맛이 괜찮았다. 찐 밥 안에도 고기가 들어있어 그것만 골라 먹었다, 먹다 보니 둘다 괜찮아서 싹싹 비우고 말았다.

 

식당에도 고양이가 두 마리나 있었다. 식당에만 있던 건 아니었다, 나는 앞으로 가는 거리마다 고양이와 마주하게 된다. 고양이의 섬 아니냐고.

 

여전히 이름을 모르는 길거리 과일들을 두 종류 구매했다. 조그만 게 빨대가 꼽혀있는 것도 3개에 10위안, 꼬챙이에 3개씩 꽂혀 있는 분홍 과일도 3개 꼬치에 10 위안. 빨대가 꼽힌 그것은 속을 빨대로 긁어 쪽쪽 빨아먹는 새콤한 과일이었다. 사람들이 길에서 이걸 죄다 긁고 있는 게 얼마나 웃겼는지 모른다. 맛도 괜찮아서 3개를 금세 비웠다. 다음, 생긴 게 참 예쁜 분홍색 과일. 킁킁, 풍기는 향도 거의 없고. 아삭. 아삭? 내가 생각한 식감이 아니었다. 맛은, , 떫은 맛. 에잇, 대체 이걸 왜 먹는 걸까?

 

그 맛이 싫어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먹고 싶어서 먹는 거면서 핑계를 댔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하나. 그런데 뜻밖에 아주 괜찮은 바닐라 맛이 났다. 손에 쥐었던 게 머쓱하게 해치우고 말았다.

 

하늘을 보면 야자수가 바람에 흔들렸다. 붉고 흰 화려한 건물들이 장황하게 늘어져 있다. 아름답다. 이 섬을 어쩌면, 나는 잠시 가진 것 같았다. 스쳐 지나는 바람조차 내가 불러들인 것 같았다.

 

꽤 오래된 예쁜 건물들은 대체로 호텔로 운영하거나 기념품, 차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보존이 잘 되어있다고 생각했다. 한 걸음 떼기가 무섭게 열려 있는 건물들. 온갖 거리를 거닐다 해변을 마주할 수 있었다.

 

딱 괜찮은 정도의 햇살과 바람, 나는 망고를 사들고 비치 타올을 모래 위에 깔았다. 그늘에 앉아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조금 읽었다. 나는 섬에서, 섬의 바닷가에서, 책을 읽는다. 망고는 달고 공기는 상쾌하다. 홍시가 너무 달아서 먹지 않는 나지만, 그 홍시와 비슷할 정도로 단 망고를 여기서라면 먹을 수 있었다.

 

일광암에서 노을을 볼까 했지만 생각보다 섬이 커서 그만 걷고 싶었다. 바닷가에서 바람을 세 시간이나 맞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낮은 전망대에서, 정말로 사진으로만 봤던 구랑위 전경을 보고선 내려왔다. 노을은 경사로에서 만났다. 정직한 노을이었다. 정직해서 벅차오르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 호텔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팔고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파스타 파는 곳은 정말 드물기 때문에. 조금은 기대를 했는데, 맛은, 웃음이 나왔다. 오죽하면 내가 주방에 들어가 요리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괜찮았던 건 나는 섬이 좋아서.

 

숙소에 돌아와 간단히 씻고 누워 있다가 밤 산책을 나섰다. 구랑위의 밤은 조용했다. 낮엔 시끌벅적한 단체 관광객들이 저녁엔 모두 섬을 빠져나가기 때문이었다. 거리들을 점령한 고양이들과 접선할 수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선뜻 손을 내밀곤 했다. 그 눈빛에 나는 외로움을 느낄 새가 없었다.

 

딸기를 사들고 와, 먹다 잠에 들었다.